청주는 충청북도의 도청 소재지이자, 국토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충북의 중심 도시입니다. 세종·대전과 가깝고 KTX 오송역이 관문이라 서울에서 한 시간 안이면 닿지만, 화려한 관광 도시로 이름나 있지는 않아 여행지로는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주에는 능선을 두른 상당산성, 대청호변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인쇄된 고장이라는, 다른 도시에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청주에서 얼마나 많은 곳을 도느냐보다, 흩어진 명소를 어떤 방향으로 묶어 걷느냐를 앞세웁니다. 성곽을 한 바퀴 걷는 산성길이 있고, 대청호를 낀 정원을 거니는 걸음이 있으며, 오래된 활자 앞에서 인쇄의 역사를 되짚는 걸음이 있습니다. 청주의 하루는 이 걸음을 어떻게 잇느냐에 따라 사뭇 다른 여행이 됩니다.
구텐베르크보다 78년 앞선 금속활자의 고장 — 청주는 조용해 보여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의 뿌리를 품은 도시입니다.
청주는 어떤 도시일까?
청주는 예부터 충청 내륙의 길목이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가 다툰 요충이었고, 통일신라 때는 서원경이라 불린 지방 중심지였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충청병영이 놓인 군사 요지이자 충청도의 행정 중심이었고, 오늘날에도 충청북도 도청이 자리해 그 무게를 잇고 있습니다. 무심천이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동쪽으로는 우암산과 상당산이 시가지를 감싸며, 남쪽에는 넓은 대청호가 펼쳐집니다.
여행자에게 청주의 매력은 산·물·역사가 한 도시에 겹쳐 든다는 데 있습니다. 능선을 걷는 산성이 있고, 호수를 낀 정원이 있으며, 도심에는 세계적인 인쇄 유산과 재래시장의 먹거리가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방향만 잘 잡으면 하루나 이틀에 핵심을 두루 볼 수 있고, 유명 관광지처럼 붐비지 않아 한결 여유롭게 돌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 성격 | 충청북도 도청 소재지, 국토 한가운데의 충북 중심 도시 |
|---|---|
| 대표 명소 | 상당산성·청남대·직지 고인쇄박물관·수암골·육거리시장 |
| 자랑거리 |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가 인쇄된 고장 |
| 뚜벅이 | KTX 오송역에서 서울 약 50분, 시내버스·BRT로 도심 접근 |
상당산성, 능선을 두른 성곽을 한 바퀴
청주 도심 동쪽, 상당산 능선에는 상당산성이 자리합니다. 조선 시대에 돌로 쌓은 이 산성은 능선을 따라 약 4.2km에 걸쳐 성벽이 이어지는데, 여행자를 맞는 것은 웅장한 공남문입니다. 무지개 모양 홍예문 위에 누각을 올린 남문으로, 성곽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기 좋은 청주의 대표 풍경입니다. 문을 지나 성곽 위로 오르면, 도심에서 멀지 않은데도 사방이 탁 트인 능선길이 펼쳐집니다.
상당산성의 진짜 매력은 성곽 한 바퀴를 걷는 데 있습니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한쪽으로는 청주 시가지가, 다른 쪽으로는 성안의 저수지와 들판이 번갈아 내려다보입니다. 완만한 흙길과 돌길이 이어져 한 바퀴에 1.5~2시간이면 넉넉하고, 입장료도 주차도 무료라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 산책으로도 좋습니다. 봄이면 성곽 아래로 꽃이 피고, 가을이면 능선이 단풍으로 물들며, 겨울이면 눈 덮인 성벽이 또렷한 선을 그립니다.
청남대, 대청호변 옛 대통령 별장
청주 남쪽 대청호변에는 청남대(靑南臺)가 있습니다.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 1983년에 지어 오랫동안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로 쓰이다가 2003년에 일반에 개방된 옛 대통령 별장입니다. 본관 건물과 함께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전시가 마련되어 있고, 무엇보다 대청호를 낀 넓은 정원이 이곳의 백미입니다. 잘 가꾼 잔디밭과 연꽃 연못, 호숫가 산책로가 이어져, 천천히 걷기만 해도 반나절이 훌쩍 지납니다.
다만 청남대는 아무 때나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공원이 아닙니다. 옛 대통령 별장을 관리·개방하는 곳이라 입장 요금이 있고, 시기에 따라 자가용 진입이 제한되어 지정 주차장에서 셔틀을 타야 하거나 사전 예약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히 봄철 호수 벚꽃이 피는 영춘제 기간에는 사람이 크게 몰립니다. 그러니 대청호까지 가서 헛걸음하지 않도록, 방문 전 청남대 공식 안내에서 그날의 입장 방식과 요금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암골, 피란민촌에서 벽화·드라마 마을로
도심 동쪽 우암산 자락에는 수암골이 있습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산비탈에 모여 이룬 마을이 세월이 흐르며 낡은 골목으로 남았는데,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사람들이 찾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좁은 계단길과 골목을 따라 정겨운 그림들이 이어지고, 비탈에서 내려다보는 청주 시가지 풍경이 소박한 정취를 더합니다.
수암골은 여러 드라마 촬영지로도 이름났습니다. '제빵왕 김탁구', '카인과 아벨', '영광의 재인' 같은 작품이 이 골목에서 찍혀, 드라마 속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요즘은 비탈 위로 카페거리가 들어서, 해 질 녘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청주의 야경을 내려다보는 자리로도 인기입니다. 낮의 벽화 골목과 밤의 야경 카페, 두 얼굴을 함께 담으면 수암골의 매력이 배가됩니다.
육거리종합시장, 무심천변 청주의 부엌
청주 도심, 무심천이 흐르는 자리에는 청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육거리종합시장이 있습니다. 여섯 갈래 길이 만나는 길목에서 자라난 시장이라 이름이 육거리이고, 청과·수산·먹거리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져 온종일 사람으로 북적입니다. 여행자에게 이곳의 재미는 단연 먹자골목입니다.
기름에 갓 튀겨 낸 튀김과 김이 오르는 만두, 순대와 국밥, 시장 떡집의 떡까지 — 청주 사람들의 일상 먹거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상당산성 성곽길을 걷고 내려와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고, 도심에 있어 고인쇄박물관·성안길과 묶어 돌기에도 좋습니다. 여기에 서문시장의 삼겹살거리까지 더하면, 청주의 소박하면서도 든든한 먹거리를 두루 맛볼 수 있습니다.
직지의 고장, 고인쇄박물관에서 만나는 세계 최고(最古) 활자
청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청주고인쇄박물관입니다. 이 박물관은 그냥 세워진 것이 아니라, 직지가 인쇄된 옛 흥덕사 터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지의 정식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로,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 낸 불교 서적입니다. 지금 전하는 것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독일 구텐베르크의 인쇄보다 78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직지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습니다. 박물관에서는 직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금속활자를 어떻게 주조하고 찍어 냈는지를 유물과 모형으로 살펴볼 수 있고, 옛 흥덕사 터의 내력도 함께 짚어 볼 수 있습니다. 관람료도 무료라 부담 없이 들를 수 있으니, 청주가 왜 '인쇄의 도시'로 불리는지 그 뿌리를 직접 확인해 보기를 권합니다. 오래된 활자 앞에 서면, 조용해 보이던 청주가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무심천, 도심을 가로지르는 벚꽃 물길
청주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이 무심천(無心川)입니다. '무심하다'는 이름과 달리, 무심천은 오랜 세월 청주 사람들의 삶과 함께해 온 물길입니다. 하천을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잘 닦여 있어, 도심 한복판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습니다. 육거리종합시장이 바로 이 무심천변에 자리해, 시장을 본 뒤 물길을 따라 걷는 동선도 자연스럽습니다.
무심천이 가장 빛나는 때는 봄입니다. 하천을 따라 심긴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피우면, 물길 양옆으로 벚꽃 터널이 이어져 청주에서 손꼽히는 봄나들이 자리가 됩니다. 벚꽃철이면 저녁 조명까지 더해져 밤 산책을 즐기는 이들로 붐빕니다. 봄이 아니어도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억새와 단풍까지 계절마다 다른 물가 풍경을 내주어, 도심 여행 중 잠시 숨을 고르기에 알맞은 자리입니다.
성안길과 중앙공원, 원도심의 오래된 자리
청주의 옛 중심은 지금의 성안길 일대입니다. 옛 청주읍성이 있던 자리에 형성된 보행 상권으로, 오늘날에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청주 원도심의 번화가입니다. 골목을 따라 상점과 카페가 이어지고, 그 사이사이에 오래된 도시의 흔적이 남아 있어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육거리시장·고인쇄박물관과 가까워 도심권을 걸어서 묶어 돌기에 좋습니다.
성안길과 이어진 중앙공원에는 청주의 세월을 증언하는 자리들이 모여 있습니다. 수령 900년으로 전해지는 압각수(은행나무)가 우람하게 가지를 뻗고 있고, 그 곁에는 조선 시대 충청 병영의 정문이었던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이 남아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이런 오래된 나무와 관아 유적이 남아 있다는 점이, 청주가 겉보기보다 훨씬 깊은 역사를 지닌 도시임을 조용히 일러 줍니다. 성안길을 걷다 잠시 공원에 들러 나무 그늘에서 쉬어 가기 좋습니다.
청주, 언제 어떻게 돌면 좋을까?
청주 여행은 방향을 나누는 데서 시작합니다. 도심권에는 상당산성·수암골·육거리시장·고인쇄박물관이 비교적 가까이 모여 있어 하루에 묶어 돌기 좋고, 대청호변의 청남대는 도심에서 차로 40분 안팎 떨어져 있어 따로 반나절을 잡는 편이 낫습니다. 당일치기라면 도심권 위주로, 하루가 더 있다면 이튿날 청남대와 대청호를 넣어 1박 2일로 나누면 여유롭습니다.
철에 따라 청주는 다른 얼굴을 보여 줍니다. 봄이면 무심천과 청남대의 벚꽃이 흐드러지고, 여름이면 대청호에 연꽃이 피며, 가을이면 상당산성 능선이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이면 눈 덮인 성곽이 또렷한 선을 그립니다. 걷다가 출출해지면 육거리시장 먹자골목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에서 배를 채우기 좋습니다. 뚜벅이라면 KTX 오송역과 시내버스 동선을 미리 짜 두고, 청남대는 방문 전 청남대 공식 누리집에서 그날의 입장 방식과 요금을 확인하면 헛걸음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