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서쪽 끝까지 가면 바다 냄새가 나는 도시가 나옵니다. 인천입니다. 흔히 공항이나 항구로만 떠올리기 쉽지만, 인천역 앞 언덕에는 개항의 근대사가 통째로 남아 있습니다. 1883년 제물포가 문을 열면서 청나라와 일본, 서양의 사람과 물자가 이 항구로 밀려들었고, 그 자취가 지금도 차이나타운개항장 근대거리에 켜켜이 쌓여 있지요. 여기에 바다를 낀 월미도와 수로가 마천루 사이를 흐르는 송도까지 더하면, 옛 개항 도시와 오늘의 신도시가 한 도시 안에 나란히 담깁니다. 이 글에서는 자동차 없이 전철과 도보만으로 인천 도심을 어떻게 도는 것이 좋은지, 명소 하나하나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를 하루 동선으로 천천히 안내하겠습니다.

인천 당일치기 한눈에

오전

인천역 → 차이나타운 → 송월동 동화마을

점심

차이나타운 자장면·공갈빵 / 개항장 카페

오후

개항장 근대거리 → 자유공원 → 월미도

저녁

월미도 바다 노을 / 시간 넉넉하면 송도 센트럴파크 야경

거리·공원은 대부분 무료라, 짜장면박물관·근대박물관 입장과 월미바다열차·식비를 더해 1인 대략 3만~4만 원선(체험·교통 선택에 따라 달라지니 방문 전 확인 권함).

개항으로 열린 항구에 청나라 상인이 자장면을 들여오고 서양 은행이 문을 연 자리 — 인천 도심에는 한국 근대사가 그대로 굳어 있습니다.

인천 당일치기, 어디부터 어떻게 돌아야 할까

인천 도심 여행의 출발점은 단연 인천역입니다.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서쪽 종점이라 서울에서 갈아타지 않고 곧장 닿고, 역을 나서면 길 건너 붉은 패루가 바로 차이나타운의 들머리를 알립니다. 차이나타운과 그 뒤 송월동 동화마을, 언덕 너머 개항장 근대거리와 자유공원은 모두 걸어서 이어지는 한 덩어리라, 오전에 이 일대를 천천히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좋습니다. 점심을 자장면으로 든든히 채운 뒤에는 인천역에서 버스나 월미바다열차로 월미도까지 나가 바다를 보고, 시간이 넉넉하면 노선이 다른 송도 센트럴파크까지 저녁에 넓히면 됩니다. 오르내림이 있는 언덕길이 많아 운동화가 편하고, 바다를 낀 명소가 많으니 계절에 맞는 겉옷을 하나 챙겨 두면 든든합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드는 패루 — 도심 여행의 들머리
인천 차이나타운으로 드는 패루 — 도심 여행의 들머리
  • 출발점 — 전철 1호선 인천역, 서울역 기준 한 시간 안팎
  • 오전 한 덩어리 — 차이나타운·동화마을·개항장은 걸어서 이어짐
  • 이동 유의 — 송도는 노선이 달라 저녁 한 곳으로
  • 옷차림 — 언덕길 많아 운동화, 바닷바람 대비 겉옷

자장면은 왜 하필 인천에서 태어났을까

인천 여행의 첫걸음은 차이나타운입니다. 1883년 제물포가 개항하면서 이 언덕 일대가 청나라 사람들의 조계지, 곧 그들이 모여 살도록 내준 구역이 되었습니다. 바다 건너 산둥 지방에서 건너온 상인과 노동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개항기부터 오늘까지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대표 차이나타운이 여기 인천에 자리를 잡았지요. 무엇보다 이곳은 자장면이 태어난 자리로 이름 높습니다. 부두에서 일하던 이들이 값싸고 빠르게 한 끼를 때우려 춘장에 국수를 비벼 먹던 것이 오늘의 자장면으로 자랐고, 그 내력은 옛 중국집 건물에 들어선 짜장면박물관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붉은 등이 늘어선 골목을 따라 오르면 삼국지 벽화거리가 이어져, 담벼락마다 유비·관우·장비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공갈빵과 화덕만두를 손에 들고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인천 차이나타운
관람거리·패루는 무료 개방 · 짜장면박물관은 소액 입장료(방문 전 확인)특징1883년 제물포 개항으로 생긴 한국 유일의 공식 차이나타운 · 자장면 발상지가는 법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 바로 앞(길 건너 패루)
삼국지 벽화가 이어지는 차이나타운 골목
삼국지 벽화가 이어지는 차이나타운 골목

송월동 동화마을, 언덕 위에 펼쳐진 그림책

차이나타운 뒤편 언덕으로 한 걸음 오르면 분위기가 사뭇 바뀝니다. 송월동 동화마을입니다. 한때 사람이 떠나며 낡아 가던 주택가 골목에, 세계 여러 나라의 동화를 벽화와 조형물로 입히면서 온 동네가 하나의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빨간 모자와 늑대, 오즈의 마법사, 인어공주 같은 익숙한 이야기가 담벼락과 계단, 골목 모퉁이마다 튀어나와, 걷다 보면 다음 골목엔 어떤 장면이 기다릴지 궁금해집니다. 알록달록한 벽과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남기기 좋아 아이와 함께 온 가족에게 특히 사랑받는 자리입니다. 차이나타운의 붉은 골목과는 전혀 다른 밝고 아기자기한 결이라, 두 곳을 잇달아 걸으면 짧은 거리 안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는 재미가 있습니다.

송월동 동화마을 골목을 채운 동화 벽화
송월동 동화마을 골목을 채운 동화 벽화

개항장 근대거리 — 청과 일본이 마주 섰던 자리

차이나타운에서 자유공원 쪽으로 이어진 언덕에는 개항장 근대거리가 있습니다. 이곳의 백미는 청나라 조계지와 일본 조계지의 경계에 놓인 계단입니다. 계단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중국식, 다른 한쪽은 일본식 거리가 나뉘어 있어, 개항기 열강이 이 작은 항구를 어떻게 나눠 가졌는지를 한자리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면 옛 은행과 서양식 건물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개항기 일본 은행 건물에 들어선 인천개항박물관과,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던 대불호텔을 옛 자리에 되살린 대불호텔 전시관은 개항 당시 인천의 풍경을 차분히 들려줍니다. 화려하게 꾸민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 근대 건물이 그대로 거리를 이루고 있어,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 백 년 전 제물포로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합니다.

개항장 근대거리
관람거리·조계지 계단은 무료 · 인천개항박물관·대불호텔전시관은 소액 입장료(방문 전 확인)특징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과 옛 은행·서양식 건물이 남은 제물포 개항의 현장가는 법인천역에서 차이나타운·자유공원 방향 도보 5~10분(같은 언덕에 붙어 있음)
옛 서양식 건물이 남은 개항장 근대거리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옛 서양식 건물이 남은 개항장 근대거리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청·일 조계지 언덕에 남은 근대 목조 건축 거리
청·일 조계지 언덕에 남은 근대 목조 건축 거리

자유공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구식 공원

개항장 언덕 꼭대기에는 자유공원이 있습니다. 1888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구식 공원입니다. 개항 무렵 인천에 자리 잡은 외국인들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에 나무를 심고 산책로를 내면서 공원이 되었지요.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정상에 서면 인천 앞바다와 항구가 시원하게 펼쳐지고, 그 아래로 방금 걸어 온 개항장 근대거리와 차이나타운의 지붕들이 한눈에 담깁니다. 공원 한쪽에는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서 있어, 개항과 전쟁으로 이어진 인천의 근대사를 함께 되짚게 합니다. 벚나무가 많아 봄이면 벚꽃 명소로도 이름나, 꽃철에 맞춰 오르면 바다와 꽃을 나란히 누릴 수 있습니다. 근대거리를 걷다 다리가 뻐근할 즈음 이 언덕에 올라 항구를 내려다보며 숨을 고르기 좋은 자리입니다.

자유공원 언덕에서 내려다본 인천 앞바다와 항구
자유공원 언덕에서 내려다본 인천 앞바다와 항구
맥아더 장군 동상과 시계탑이 있는 자유공원 광장
맥아더 장군 동상과 시계탑이 있는 자유공원 광장
봄이면 철쭉이 물드는 자유공원 언덕
봄이면 철쭉이 물드는 자유공원 언덕

월미도, 바다와 놀이기구가 함께 있는 자리

도심의 근대거리를 다 걸었다면 이번엔 바다로 나갈 차례입니다. 인천역에서 버스로 10분 안팎이면 닿는 월미도는 원래 섬이었지만 지금은 뭍과 이어져, 바다를 곁에 두고 걷는 월미문화의거리가 길게 뻗어 있습니다. 방파제를 따라 서면 오가는 배와 서해 물빛이 눈앞에 펼쳐지고, 거리 안쪽으로는 오래된 놀이공원이 자리해 회전목마와 바이킹, 디스코팡팡 같은 놀이기구가 바다를 배경으로 돌아갑니다. 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월미바다열차는 약 6.1km 순환 노선의 작은 모노레일로, 높은 자리에서 항구와 도심, 서해를 두루 내려다볼 수 있어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인기입니다. 해 질 무렵이면 바다 위로 노을이 번져, 낮의 북적임과는 또 다른 차분한 인천을 만나게 됩니다. 다만 바다를 낀 자리라 저녁에는 바람이 매서우니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월미도
관람월미문화의거리 무료 · 월미바다열차·놀이기구는 유료(요금은 방문 전 확인)특징바다를 낀 문화의거리와 놀이공원 · 섬 둘레를 도는 6.1km 순환 월미바다열차가는 법인천역에서 시내버스 10분 안팎 또는 월미바다열차 이용
바다를 낀 월미도 문화의거리와 놀이공원
바다를 낀 월미도 문화의거리와 놀이공원
섬 둘레를 도는 월미바다열차
섬 둘레를 도는 월미바다열차

송도 센트럴파크 — 마천루 사이를 흐르는 바닷물

인천의 사뭇 다른 시대를 보고 싶다면 송도로 발을 넓혀 보기를 권합니다. 갯벌을 메워 세운 신도시 한복판에는 센트럴파크가 있는데, 이 공원의 수로에는 놀랍게도 바닷물이 흐릅니다. 강물이나 인공 연못이 아니라 실제 해수를 끌어들여 만든 수로라, 마천루로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를 물길이 가로지르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수로에서는 수상택시나 작은 보트를 타고 물 위에서 빌딩 숲을 올려다볼 수 있고, 잔디밭과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사슴을 볼 수 있는 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밤이 되면 유리로 지은 고층 건물에 불이 들어와 수면 위로 번지는데, 개항기 근대 건물이 늘어선 인천역 일대와는 정반대의, 가장 오늘다운 인천이 여기 있습니다. 옛 항구에서 하루를 시작해 유리 도시에서 하루를 닫으면, 한 도시가 품은 시간의 폭이 새삼 크게 느껴집니다.

송도 센트럴파크
관람공원 산책 무료 · 수상택시·문보트 등 체험은 유료(방문 전 확인)특징바닷물을 끌어들인 수로가 마천루 사이를 흐르는 도심 속 해수 공원가는 법인천 1호선 센트럴파크역 바로 앞(인천역과는 노선이 달라 이동 시간 넉넉히)
바닷물이 흐르는 송도 센트럴파크 수로와 마천루
바닷물이 흐르는 송도 센트럴파크 수로와 마천루
공원과 수로가 어우러진 송도 국제도시 전경
공원과 수로가 어우러진 송도 국제도시 전경
노을에 물든 송도 센트럴파크의 가을
노을에 물든 송도 센트럴파크의 가을

인천에서 무엇을 먹을까 — 자장면과 개항장 골목

인천 도심 여행에서 먹거리는 굳이 애써 찾지 않아도 동선 위에 놓여 있습니다. 첫손에 꼽히는 것은 역시 차이나타운의 자장면입니다. 이 골목이 자장면의 고향인 만큼, 춘장을 직접 볶아 내는 노포부터 하얀 국물의 백짬뽕으로 이름난 집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식사 뒤에는 화덕에서 갓 구운 공갈빵화덕만두를 손에 들고 골목을 걸어도 좋습니다. 개항장 쪽으로 넘어가면 오래된 근대 건물을 고쳐 만든 카페가 여럿 있어, 높은 천장과 옛 벽돌 사이에서 차 한잔으로 다리를 쉬기 좋습니다. 월미도에서는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횟집과 조개구이집에서 서해의 제철 해산물을 맛볼 수 있으니, 바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그만입니다.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난 자장면 한 그릇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난 자장면 한 그릇
  • 차이나타운 — 자장면·백짬뽕, 화덕 공갈빵·만두
  • 개항장 — 근대 건물 고친 카페에서 차 한잔
  • 월미도 — 방파제 횟집·조개구이, 서해 제철 해산물

인천 도심, 언제 어떻게 가면 좋을까

인천 도심은 사철 어느 때 와도 좋지만, 바다를 끼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여행이라 가을이 가장 편합니다. 한여름 한낮은 그늘이 적은 언덕과 방파제가 덥고, 겨울 바닷바람은 매섭지만 대신 사람이 적어 한적하게 골목을 누릴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서쪽으로 전철 한 번이면 닿으니, 바다 냄새가 그리운 날 문득 나서기 좋은 거리입니다. 전철 1호선이 인천역까지 곧장 닿아, 서울역에서 한 시간 안팎이면 차이나타운 패루 앞에 섭니다. 차이나타운·동화마을·개항장은 걸어서 잇고, 월미도는 인천역에서 버스나 월미바다열차로, 송도는 인천 1호선으로 갈아타면 되니 자동차 없이 뚜벅이로 충분한 하루입니다. 처음이라면 오전에 인천역 앞 근대거리를 묶고 오후에 월미도 바다를 더하는 당일치기가 알차고, 송도 야경까지 욕심내면 1박이 여유롭습니다. 자세한 운영 시간과 요금, 월미바다열차 배차는 인천시 관광 누리집이나 인천 중구 문화관광에서 미리 확인하면 헛걸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인천 도심 가는 법

수단소요 시간요금(대략)
전철 1호선서울역 기준 1시간 안팎1,700원선
경인선 급행구간 급행이 정차역 적어 더 빠름1,700원선
자동차제2경인·경인고속도로 이용통행료·주차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