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서 전남 신안을 찾으면 육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목포 서쪽 바다에 점처럼 흩어진 섬들이 신안군의 거의 전부라서, 이 고장은 스스로를 1004개의 섬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 섬 넷 중 하나가 신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섬이 많다는 말은 여행자에게 반가운 소식이자 곤란한 소식이기도 합니다. 어디부터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2019년 천사대교가 놓이면서 신안 여행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만 했던 섬들이 이제 차로 그냥 건너갑니다. 이 글은 다리로 건너는 섬과 배로만 닿는 섬을 갈라 놓고, 그 사이에 증도의 소금밭과 홍도의 붉은 바위를 어떻게 끼워 넣을지를 정리했습니다.
아래에서는 신안을 세 덩어리로 나눠 봅니다. 천사대교로 이어진 암태·안좌·자은 권역, 육로로 들어가는 증도 권역, 그리고 배로만 닿는 홍도·흑산도 권역입니다. 세 덩어리를 날짜로 갈라 놓으면 일정이 저절로 정리됩니다.
천사대교, 신안을 여는 7킬로미터의 다리
천사대교는 2019년 4월에 개통한 해상교로, 목포 옆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습니다. 길이는 7킬로미터를 넘고, 사장교와 현수교를 한 다리에 이어 붙인 보기 드문 구조입니다. 다리 중간에서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차로 건너다 보면 케이블이 부채처럼 뻗은 구간과 굵은 주케이블이 늘어진 구간을 차례로 지나게 됩니다. 이름은 신안의 별칭인 1004섬에서 따왔습니다.
이 다리가 놓이기 전 암태·자은·팔금·안좌로 가려면 배에 차를 싣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통행료 없이 그냥 건너갑니다. 신안 여행이 갑자기 쉬워진 것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다리를 건너 암태도에 들어서면 기동삼거리의 벽화가 먼저 반깁니다. 마을 담벼락에 그려진 동백꽃 파마머리 벽화가 사진 찍는 자리로 알려져, 다리를 건넌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서 한 번 차를 세웁니다.
| 무엇 | 압해도~암태도 잇는 해상교, 길이 7km대 |
|---|---|
| 특징 | 사장교+현수교 결합, 통행료 없음 |
| 개통 | 2019년 4월 |
| 이어지는 섬 | 암태·팔금·안좌·자은은 차로 그냥 진입 |




증도, 왜 아시아에서 처음 슬로시티가 됐나
증도는 신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섬입니다.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고, 갯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들어 있습니다. 이름난 이유는 볼거리가 화려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소금밭과 갯벌, 솔숲과 백사장이 서두르지 않고 이어져, 하루를 느리게 쓰기에 알맞은 섬입니다.
증도는 천사대교 방향이 아니라 육로로 들어갑니다. 무안 해제에서 지도·사옥도를 지나 증도대교를 건너면 되기 때문에, 배 시간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이 점이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주 편합니다. 홍도·흑산도처럼 날씨에 발이 묶일 걱정 없이, 아무 날에나 차로 들어갔다 나옵니다.
증도 앞바다는 우리 수중 발굴사에서 특별한 자리이기도 합니다. 1970년대 중반 이 앞바다에서 원나라 시대 무역선이 발견돼, 여러 해에 걸쳐 도자기와 동전이 무더기로 건져 올려졌습니다. 잔잔해 보이는 바다 밑에 700년 가까이 배 한 척이 가라앉아 있었던 셈입니다.
태평염전, 소금이 태어나는 드넓은 소금밭
증도에 들어가면 길 양옆으로 거울 같은 물밭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태평염전입니다. 1953년 한국전쟁 피난민의 정착을 돕기 위해 두 섬 사이 갯벌을 막아 만든 염전으로, 단일 염전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넓습니다. 소금밭과 옛 소금창고가 함께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여기서는 소금이 산업이면서 동시에 유산입니다.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가둬 햇볕과 바람으로 물을 날려 만듭니다. 그래서 소금이 만들어지는 계절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체로 봄에서 가을 사이, 볕이 좋고 비가 적은 날에 소금이 잘 여뭅니다. 이 무렵 염전에 가면 고무래로 소금을 밀어 모으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하얀 소금 더미가 물 위에 섬처럼 떠 있고 그 그림자가 물에 그대로 비칩니다. 겨울에 가면 이 풍경은 없고 빈 물밭만 보게 되니, 소금 만드는 장면이 목적이라면 계절을 맞춰 가야 합니다.
염전 한쪽 옛 소금창고를 고쳐 만든 소금박물관에서는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염전의 내력을 볼 수 있고, 가까운 소금밭 전망대에 오르면 소금밭 전체가 한 화면에 들어옵니다. 해 질 무렵 이 전망대가 특히 좋습니다. 물에 잠긴 소금밭이 하늘빛을 그대로 받아 붉게 물듭니다. 염전 가장자리에 붉게 자라는 함초가 가을이면 색을 더합니다.
| 절정 | 봄~가을 소금 생산철, 특히 해 질 무렵 |
|---|---|
| 무엇 | 단일 염전 국내 최대, 국가등록문화재 |
| 함께 | 소금박물관(옛 소금창고)·소금밭 전망대·함초 군락 |
| 주의 | 그늘 거의 없음, 모자·물·자외선 차단 필수 |




짱뚱어다리와 우전해변, 증도의 두 산책길
증도에는 걷기 좋은 길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짱뚱어다리입니다. 갯벌 위를 가로질러 놓인 나무 다리로, 길이가 400미터를 훌쩍 넘습니다. 이름은 이 갯벌에 사는 물고기 짱뚱어에서 왔습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서 짱뚱어와 게가 움직이는 모습을 다리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데, 물때에 따라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물이 들어차면 그냥 바다 위를 걷는 다리가 되고, 물이 빠지면 갯벌 생물이 드러납니다. 갯벌을 보려면 간조 시간에 맞춰 가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하나는 우전해변입니다. 백사장이 4킬로미터 가까이 길게 뻗어 있고, 그 뒤로 소나무 숲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 솔숲은 위에서 보면 한반도 모양으로 심겨 있어 그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해변이 워낙 길어 사람이 몰려도 붐비는 느낌이 덜하고, 백사장 끝으로 해가 내려앉는 저녁 무렵이 하루 중 가장 좋습니다.
증도는 슬로시티답게 자전거로 도는 사람이 많습니다. 섬이 크지 않아 소금밭에서 짱뚱어다리, 우전해변까지 자전거로 이어 다닐 만합니다. 차로 스쳐 지나가면 30분이면 끝날 거리를 반나절에 걸쳐 도는 것이, 이 섬을 제대로 쓰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 짱뚱어다리 | 갯벌 위 400m대 나무다리, 간조에 갯벌 생물 |
|---|---|
| 우전해변 | 4km 백사장 + 한반도 모양 솔숲, 일몰 좋음 |
| 이동 | 자전거 대여 권장(섬 안 이동거리 짧음) |
| 물때 | 갯벌 보려면 간조 시간 확인 필수 |


홍도, 왜 돌 하나도 가져올 수 없나
홍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100킬로미터를 넘게 나간 먼바다에 있습니다. 이름은 해 질 무렵 바위가 붉게 보인다고 해서 붙었습니다. 이 섬이 특별한 이유는 경치만이 아닙니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돌 하나, 조개껍데기 하나도 가지고 나올 수 없고 정해진 길 밖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섬이 지금까지 원래 모습을 지켰습니다.
홍도 여행의 중심은 유람선 일주입니다.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며 홍도 33경이라 부르는 기암들을 차례로 봅니다. 두 시간 넘게 걸리는데, 배에서 내리지 않고 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날씨가 곧 만족도입니다. 파도가 세면 유람선이 뜨지 않거나 흔들림이 심하니, 멀미가 있는 편이라면 대비를 하는 편이 좋습니다.
배에서 내려 걷고 싶다면 섬에서 가장 높은 깃대봉에 오르면 됩니다. 정상에서 보면 다도해가 사방으로 펼쳐집니다. 마을 앞 몽돌해변에서는 파도가 돌을 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백사장 대신 동글동글한 돌이 깔린 해변이라, 물놀이보다 앉아서 파도 소리를 듣기 좋은 자리입니다.
| 가는 법 |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흑산도 경유 항로) |
|---|---|
| 핵심 | 유람선 일주 2시간대·홍도 33경·깃대봉·몽돌해변 |
| 규제 | 섬 전체 천연기념물 — 채집·반출 금지, 탐방로 준수 |
| 주의 | 풍랑 시 여객선·유람선 결항, 일정 하루 여유 |




흑산도, 열두 굽이 일주도로와 홍어의 섬
흑산도는 홍도로 가는 같은 항로 위에 있어, 두 섬을 이어서 다녀오는 사람이 많습니다. 홍도가 배 위에서 보는 섬이라면 흑산도는 발로 도는 섬입니다. 섬을 한 바퀴 두르는 일주도로가 25킬로미터 가까이 이어지는데, 가장 이름난 구간은 산비탈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굽잇길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도로가 뱀처럼 여러 겹으로 접혀 있고, 그 아래로 마을과 양식장이 깔린 바다가 펼쳐집니다.
굽잇길을 끝까지 오르면 상라산 전망대가 나옵니다. 흑산도 항구와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라, 섬에 들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까지는 올라갑니다. 일주도로는 마을버스나 택시로 도는 것이 보통인데, 운전기사가 자리마다 설명을 곁들여 주는 경우가 많아 짧은 섬 여행 안내를 겸하게 됩니다.
흑산도는 홍어로도 이름이 높습니다. 삭힌 홍어를 말할 때 흔히 흑산도를 앞에 붙이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 또 하나 기억할 자리가 있습니다. 조선 후기 학자 정약전이 이 섬에 유배돼 지내며 바다 생물을 관찰해 『자산어보』를 남겼습니다. 그가 아이들을 가르치던 서당 자리가 섬에 복원돼 있어, 일주도로를 돌다 함께 들르기 좋습니다.
| 핵심 | 일주도로 25km대·상라산 전망대 굽잇길·자산어보 서당터 |
|---|---|
| 먹거리 | 흑산 홍어, 제철 해산물 |
| 이동 | 섬 안 마을버스·택시 일주 관광이 일반적 |
| 묶기 | 홍도와 같은 항로 — 두 섬 이어서 다녀오기 좋음 |




퍼플섬과 자은도, 천사대교 너머의 섬들
천사대교를 건넌 뒤 시간이 남는다면 안좌도 쪽으로 더 들어가 볼 만합니다.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보행교와 마을 지붕이 온통 보라색으로 칠해져, 퍼플섬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바다 위로 난 보라색 다리를 걸어 섬으로 들어가는 구조라, 차를 세워 두고 걷게 됩니다. 이 마을은 국제기구가 뽑은 관광마을에 선정되며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보라색 옷이나 소지품을 갖춰 오면 입장료를 깎아 주는 이벤트를 운영해 왔는데, 운영 방식이 바뀔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은도는 해변이 좋은 섬입니다. 둔장해변과 백길해변처럼 백사장이 넓고 사람이 적은 해변이 여럿 있어, 성수기에도 여유롭게 걷습니다. 섬 안에 분재와 수목을 모아 놓은 정원도 있어 반나절 정도 머물기 알맞습니다. 암태도는 앞서 말한 기동삼거리 벽화가 대표 자리이고, 이 네 섬은 다리로 이어져 있어 차로 하루면 다 돕니다.
| 퍼플섬 | 안좌도에서 보행교로 진입, 반월도·박지도 보라 마을 |
|---|---|
| 자은도 | 둔장·백길 등 넓고 한산한 해변 |
| 암태도 | 기동삼거리 벽화 마을, 천사대교 건너 첫 섬 |
| 묶기 | 네 섬 다리로 연결 — 차로 하루 코스 |
신안에서 무엇을 먹을까 — 천일염부터 홍어까지
신안에서 먹는 이야기는 소금에서 시작합니다. 태평염전을 비롯한 신안 일대는 국내 천일염 생산의 큰 몫을 차지하고, 이 소금은 젓갈과 김치를 담글 때 특히 값을 쳐줍니다. 여행 기념으로 천일염이나 함초 소금을 사 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소금박물관 주변과 섬 안 상점에서 직접 살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것도 계절을 탑니다. 갯벌이 넓어 낙지가 좋고, 늦가을에서 겨울에는 홍어가 흑산도 이름을 달고 나옵니다. 홍어는 삭히지 않은 것과 삭힌 것의 맛이 완전히 달라, 처음이라면 삭힌 정도를 미리 물어보고 주문하는 편이 낫습니다. 봄에는 병어와 민어가 목포·신안 일대에서 함께 오르고, 갯벌에서 캔 새조개와 조개류도 철마다 바뀝니다.
| 소금 | 천일염·함초 소금 — 소금박물관 주변과 섬 안 상점에서 구입 |
|---|---|
| 갯벌 | 낙지, 조개류 — 넓은 갯벌에서 나는 것들 |
| 겨울 | 흑산 홍어 — 삭힌 정도를 미리 물어보고 주문 |
| 봄 | 병어·민어가 목포·신안 일대에 함께 오름 |
섬 안에는 식당이 많지 않고 문 여는 시간이 이른 편입니다. 특히 홍도·흑산도처럼 배로 들어가는 섬은 저녁 늦게까지 여는 곳이 드무니, 배에서 내리면 숙소와 식사를 먼저 정해 두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언제 가면 좋을까 — 계절과 배편
신안은 봄과 가을이 가장 무난합니다. 소금이 만들어지는 철과 겹치고, 바다도 비교적 잔잔해 배가 뜨지 않는 날이 적습니다. 여름은 해변과 물놀이에는 좋지만 염전에 그늘이 없어 한낮 이동이 고됩니다. 겨울은 풍랑으로 여객선이 묶이는 일이 잦고 염전도 비어 있어, 배를 타야 하는 일정이라면 피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날짜를 정할 때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배를 타는 일정에는 반드시 여유 하루를 둡니다. 홍도·흑산도는 들어가는 날보다 나오는 날 결항이 더 곤란합니다. 다음 날 출근이 걸린 일정이라면, 섬에서 하루 더 묶일 수 있다는 전제로 잡는 것이 좋습니다. 출항 여부는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 두 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섬별 교통편과 축제 일정은 신안군 문화관광 안내(tour.shinan.go.kr)에서 확인하는 편이 가장 빠릅니다.
| 봄·가을 | 가장 무난 — 소금철·잔잔한 바다·걷기 좋은 기온 |
|---|---|
| 여름 | 해변은 좋으나 염전 그늘 없음, 한낮 이동 주의 |
| 겨울 | 풍랑 결항 잦고 염전 비어 있음 — 배편 일정 비권장 |
| 공통 | 여객선 일정에 여유 하루, 출항 여부 2회 확인 |
뚜벅이와 자동차, 어떻게 움직일까
차가 있다면 신안 여행은 훨씬 수월합니다. 목포에서 압해도를 지나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팔금·안좌·자은 네 섬을 하루에 돌 수 있고, 증도는 무안 쪽 육로로 들어갑니다. 다만 증도와 천사대교 권역은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같은 신안이라고 붙여서 생각하면 이동 시간에 놀랍니다. 날을 나눠 잡는 편이 좋습니다.
차가 없다면 목포를 기점으로 삼습니다. 목포에서 압해도·암태 방면 버스가 있고,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홍도·흑산도행 쾌속선이 출발합니다. 섬 안에서는 마을버스와 택시를 쓰게 되는데 배차가 길어, 흑산도처럼 일주 관광 택시가 자리 잡은 섬에서는 그편이 오히려 효율적입니다. 증도는 자전거를 빌리면 섬 안 주요 자리를 대부분 잇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날은 다리 건너 섬을 차로 느긋하게 돌고, 둘째 날은 증도에서 소금밭과 갯벌을 걷고, 셋째 날 하루를 통째로 비워 배를 타는 순서가 가장 덜 부딪힙니다. 섬이 1004개라는 말에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세 덩어리만 잡으면 신안은 충분히 도는 곳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