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이 도시가 결국 바다로 먹고사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영일대 앞바다와 호미곶의 해돋이를 보고, 구룡포 옛 골목을 걷고 나면 누구랄 것 없이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그래서 포항에서는 뭘 먹어야 하나. 한쪽에는 쇳물을 끓이는 제철소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동해의 거친 물살이 있는 이 도시의 밥상은, 화려하기보다 싱싱하고 거칠고 솔직합니다. 영일대·죽도시장·호미곶을 잇는 동선은 포항 1박 2일 코스 — 영일대·구룡포·호미곶에 따로 정리해 두었으니, 이 글에서는 그 사이사이 무엇을 먹을지 — 물회부터 과메기, 대게와 홍게, 회와 회덮밥까지 음식의 내력과 식감, 고르는 요령에만 집중합니다.

왜 포항 밥상에는 날것이 많을까

포항 음식의 뿌리는 영일만이라는 지형에 있습니다. 동해의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길목이라 사철 생선이 끊이지 않고, 겨울이면 찬 바닷바람이 알맞게 불어 생선을 말리기에 좋습니다. 그래서 이 고장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날것을 빠르게, 시원하게 먹는 방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뱃사람이 그물을 손질하다 잡어를 썰어 찬물에 말아 후루룩 마시던 한 끼가 물회의 시작이고, 한겨울 처마 밑에 청어를 걸어 말리던 살림의 지혜가 과메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1960년대 이후 도시가 커지면서 죽도시장이 동해안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자라났습니다. 새벽에 들어온 대게와 홍게, 갓 잡은 흰살생선이 좌판마다 쌓이고, 그 자리에서 무게를 달아 사서 2층에 올라가 쪄 먹거나 회로 떠 먹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포항에서 무엇을 먹을지는 결국 죽도시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이어집니다.

구룡포 덕장에 노란 끈으로 엮여 말라 가는 과메기 — 한겨울 영일만 바닷바람이 빚는 별미
구룡포 덕장에 노란 끈으로 엮여 말라 가는 과메기 — 한겨울 영일만 바닷바람이 빚는 별미

포항 하면 왜 물회부터 떠올릴까

포항 물회는 다른 지역 물회와 결이 다릅니다. 제주 자리물회가 자리돔을 뼈째 썰어 넣는다면, 포항은 살이 도톰한 흰살생선 — 가자미·도다리·광어 — 을 얇게 저며 넣습니다. 고추장과 식초를 푼 육수에 얼음을 동동 띄우고, 채 썬 오이와 무, 배를 올린 뒤 깨를 뿌립니다. 한 술 떠 보면 차갑고 새콤하고 칼칼한 국물이 먼저 들어오고, 그 뒤로 쫄깃한 회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가 따라옵니다.

먹는 법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회와 채소를 건져 먹다가, 어느 정도 먹은 뒤 밥이나 소면을 말아 국물까지 비우는 것이 포항식입니다. 그래서 물회 한 그릇이면 다른 반찬 없이도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값은 흰살생선 기준 한 그릇 12,000~16,000원 선이고, 전복이나 해삼이 들어가면 오릅니다. 더운 날 땀을 식히며 후루룩 마시기에 이만한 음식이 없어, 여름 포항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메뉴입니다.

얼음 육수에 흰살생선을 썰어 넣고 채소를 올린 포항 물회 — 밥이나 국수를 말아 마무리한다
얼음 육수에 흰살생선을 썰어 넣고 채소를 올린 포항 물회 — 밥이나 국수를 말아 마무리한다

한겨울 한 철만 누리는 별미, 과메기

과메기는 포항이, 그중에서도 구룡포가 본고장입니다. 청어나 꽁치를 찬 바닷바람에 내걸어 얼었다 녹기를 열흘 남짓 반복하면, 기름기가 적당히 빠지고 살이 꾸덕꾸덕해지면서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이 듭니다. 11월 말 덕장에 과메기가 걸리기 시작하면 구룡포 골목 전체가 비릿하고도 구수한 냄새로 채워집니다.

  • 제철 — 11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그 외 계절은 냉동분이라 식감·기름기가 덜하다
  • 먹는 법 — 미역·쪽파·마늘·고추를 초장에 함께 싸 먹는다. 비린맛을 채소가 잡아 준다
  • 곁들임 — 김·다시마에 싸 먹기도. 소주 한 잔과 어울리는 겨울 안주
  • 고르기 — 통과메기(통째 말림)는 진한 맛, 배지기(반 갈라 말림)는 순한 맛

처음 먹는 사람은 미역과 쪽파를 듬뿍 올려 초장에 찍어 싸 먹으면 비린맛 없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 상에 쪽파·미역·마늘·풋고추·초장이 함께 나오는데, 이 곁들임을 빼고 과메기만 먹으면 비린기가 도드라지니 꼭 함께 싸 먹는 편이 좋습니다. 2~3인 한 상에 25,000~40,000원 선으로, 한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별미입니다.

차조기잎 위에 올린 과메기 — 꾸덕하게 말라 고소함이 진하다
차조기잎 위에 올린 과메기 — 꾸덕하게 말라 고소함이 진하다
쪽파·마늘·고추를 곁들인 과메기 한 상 — 채소에 싸 먹어야 제맛
쪽파·마늘·고추를 곁들인 과메기 한 상 — 채소에 싸 먹어야 제맛

대게와 홍게, 무엇이 다를까

죽도시장에 들어서면 좌판마다 붉은 게가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흔히 뭉뚱그려 '대게'라 부르지만, 사실 대게와 홍게(붉은대게)는 다른 게입니다. 대게는 다리가 가늘고 길며 살이 부드럽고 단맛이 진합니다. 홍게는 껍데기가 더 붉고 단단하며 살이 짭조름하면서 알찹니다. 무엇보다 값 차이가 큽니다 — 대게는 시가가 만만치 않고, 홍게는 한결 눅어 가벼운 주머니에도 부담이 덜합니다.

포항에서 게를 먹는 방법은 보통 두 갈래입니다. 좌판에서 무게를 달아 직접 산 뒤 2층 식당가에 올라가 상차림비를 내고 쪄 먹거나, 처음부터 식당에서 한 상으로 주문하는 것입니다. 좌판에서 살 때는 자리에 앉기 전 반드시 kg당 시세를 먼저 묻고, 게를 들어 묵직한지(살이 찬 게가 무겁습니다) 확인하는 것이 헛돈을 줄이는 길입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마무리까지가 한 상의 즐거움입니다.

쪄 낸 대게·홍게 — 다리가 길고 살이 도톰하다
쪄 낸 대게·홍게 — 다리가 길고 살이 도톰하다
얼음 위에 진열된 홍게 — 대게보다 눅어 가성비가 좋다
얼음 위에 진열된 홍게 — 대게보다 눅어 가성비가 좋다

회 한 접시는 어떻게 고를까

포항은 흰살생선이 사철 좋습니다. 봄에는 도다리와 가자미, 가을·겨울에는 광어와 우럭이 살이 오릅니다. 죽도시장 좌판에서 흰살생선을 골라 무게로 사면, 2층에서 떠서 상차림비를 내고 먹는 구조가 흔합니다. 흰살생선 모둠 한 접시는 2~3인 기준 40,000~70,000원 선으로, 어종과 물량에 따라 시가로 갈립니다.

흰살생선 회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도는 것이 특징입니다. 도톰하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간장·고추냉이에 찍어 먹고, 쌈채소에 마늘·풋고추를 곁들이면 비린기 없이 깔끔합니다. 한 접시를 시키면 멍게·해삼·미역무침 같은 곁반찬이 한 상 따라 나오니, 회 하나로도 여러 바다 맛을 두루 봅니다.

도톰하게 썰어 낸 흰살생선 회 한 상 — 담백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돈다
도톰하게 썰어 낸 흰살생선 회 한 상 — 담백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돈다

회가 부담스럽거나 혼자라면 회덮밥이 좋은 선택입니다. 밥 위에 회와 채소를 올리고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한 그릇으로, 1인 10,000~14,000원 선이면 충분합니다. 물회를 변형한 물회덮밥도 있는데, 차가운 육수에 밥을 말아 시원하게 먹는 여름 메뉴입니다. 회 한 상이 부담될 때 같은 재료를 가볍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회·채소를 밥에 올려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회덮밥 — 혼밥에도 무난한 한 그릇
회·채소를 밥에 올려 초고추장에 비벼 먹는 회덮밥 — 혼밥에도 무난한 한 그릇

죽도시장에서 헛걸음 없이 먹는 법

죽도시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인 만큼 처음 가면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길눈을 잡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좌판 거리를 한 바퀴 돌며 게·회·물회 재료의 그날 시세를 눈으로 익히고,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무게를 달아 산 뒤 그 가게가 연결한 2층 식당에서 쪄 먹거나 떠 먹는 것입니다. 시장 안에는 물회·과메기를 바로 내는 식당도 많아, 장을 보지 않고 곧장 앉아 먹어도 됩니다.

  • 좌판 먼저 — 한 바퀴 돌며 그날 게·회 시세를 눈에 익힌 뒤 고른다
  • 무게 확인 — 게·회는 kg당 시가로 값을 매기니 자리에 앉기 전 가격을 묻는다
  • 상차림비 — 2층에서 쪄·떠 먹을 때 인원수대로 상차림비가 붙는다. 좌판 값과 합쳐 가늠
  • 물회·과메기 — 재료를 사지 않아도 시장 안 식당에서 바로 한 그릇 먹을 수 있다

주말과 대게 철(겨울)에는 사람이 몰려 흥정이 빠르게 돌아가니, 서두르지 말고 두세 좌판의 값을 견줘 본 뒤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금을 챙겨 가면 좌판 흥정이 수월하고, 무거운 게를 사 들고 다닐 일을 생각해 식사를 동선의 끝에 두면 편합니다.

구룡포에는 어떤 향토 음식이 숨어 있을까

구룡포 옛 골목을 걷다 보면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이 더 자주 찾는 음식이 있습니다. 모리국수입니다.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팔다 남은 잡어와 해물을 큼직하게 썰어 칼국수 면과 함께 얼큰하게 끓여 낸 한 그릇이라는 점은 한결같습니다. 아귀·물메기·새우·홍합 같은 그날의 해물이 들어가, 가게마다, 날마다 조금씩 다른 국물 맛이 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뜨끈하고 푸짐해, 찬 바닷바람을 맞고 골목을 돌아 나온 뒤 속을 데우기에 이만한 음식이 없습니다.

여기에 영일만 일대에서는 제철 별미가 계절마다 바뀝니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늦가을부터는 살이 오른 가자미찜과 대게가, 한겨울에는 과메기와 물메기탕이 상에 오릅니다. 관광지의 정해진 메뉴만 좇기보다, 그날 시장에 무엇이 좋은지 물어 제철 생선을 따라가면 가장 싱싱하고 값도 눅은 한 끼를 만날 수 있습니다.

관광지의 정해진 메뉴를 좇기보다 그날 시장에 무엇이 좋은지를 물으면, 가장 싱싱하고 눅은 한 끼가 따라옵니다.

처음 가는 사람이 알아 두면 좋은 것

포항 음식을 처음 맛보는 사람이 흔히 헛걸음하는 자리가 몇 군데 있습니다. 정해진 메뉴판을 기대하고 갔다가 게·회가 모두 시가여서 당황하거나, 과메기를 철 아닌 때 시켰다가 냉동분의 밍밍한 맛에 실망하는 경우입니다. 아래 몇 가지만 미리 알아 두면 포항의 한 끼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 시가 메뉴 — 게·회는 무게로 값을 매긴다. 주문 전 kg당 가격을 묻는다
  • 제철 따르기 — 과메기·대게는 겨울, 물회는 여름이 제맛. 철에 맞춰 고른다
  • 1인 메뉴 — 혼자라면 물회·회덮밥·모리국수가 부담 없다
  • 현금 준비 — 시장 좌판은 현금 흥정이 빠르고 값도 눅다

또 하나, 포항의 식당은 곁반찬이 푸짐한 곳이 많습니다. 회 한 접시를 시켜도 멍게·해삼·미역무침 같은 해산물 반찬이 한 상 가득 따라 나오니, 메뉴 하나만 잘 골라도 여러 바다 맛을 두루 보게 됩니다. 욕심내 여러 메뉴를 시키기보다 대표 메뉴 하나에 곁반찬을 즐기는 편이 양도 값도 알맞습니다.

무엇을 곁들이고 언제 가면 좋을까

포항 음식은 계절을 제법 탑니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는 물회가 주인공이고, 겨울에는 과메기와 대게가 제철을 맞습니다. 회는 사철 좋지만 흰살생선의 살이 가장 오르는 늦가을과 겨울이 특히 알찹니다. 한 번의 여행으로 이 모두를 누리고 싶다면 11월 말에서 2월 사이가 가장 풍성합니다 — 과메기가 덕장에 걸리고, 대게가 살을 채우고, 회도 가장 좋을 때입니다.

쇳물을 끓이는 도시의 밥상이 이토록 싱싱하고 거칠고 솔직한 까닭은, 결국 영일만의 찬 바닷물이 차린 상이기 때문입니다.

곁들임으로는 물회에 소면, 과메기에 소주, 대게에 게딱지 비빔밥이 각각 어울립니다. 정확한 시세와 시장 운영, 축제 일정은 포항시 문화관광에서, 교통편은 코레일에서 확인하면 일정이 덜 흔들립니다.

포항의 한 끼는 정갈하게 차려 내는 상보다, 갓 잡은 재료를 빠르게 손질해 시원하고 거칠게 내미는 상에 가깝습니다. 멋을 부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 차가운 물회 국물에 땀을 식히고, 덕장 바람에 마른 과메기를 채소에 싸 먹고, 무게를 단 게딱지에 밥을 비비는 그 거친 솜씨가 곧 이 도시의 솜씨입니다. 쇳물과 파도를 나란히 끼고 사는 동해 바닷가 도시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가장 포항다운 환대는, 결국 이 솔직한 밥상 한 상에 다 담겨 있습니다.

포항 음식별 시세·예산 가늠

물회1그릇 12,000~16,000원흰살생선 기준. 밥·국수 말이 포함이 보통. 전복·해삼 들어가면 오름
과메기 한 상2~3인 25,000~40,000원쪽파·미역·마늘·초장 곁들임 포함. 한겨울 제철에 가장 실함
대게시가(kg당)크기·살참에 따라 폭이 큼. 보통 1kg 한 마리 5만 원 안팎부터
홍게(붉은대게)시가(kg당)대게보다 한결 눅음. 살 비슷하게 알참, 가성비 선택
회 한 접시2~3인 40,000~70,000원흰살생선 모둠 기준. 어종·물량 따라 시가로 갈림
회덮밥·물회덮밥1인 10,000~14,000원혼밥으로 무난. 밥에 회·채소·초고추장 비벼 먹음

예산 한눈에

가볍게10,000~16,000원 안팎물회나 회덮밥 한 그릇으로 든든히
넉넉히50,000~70,000원둘이 물회에 과메기 한 상, 또는 회 한 접시
든든하게80,000~120,000원대게·홍게에 회와 매운탕까지 두루

일반 시세 기준이며 가게·구성·어획·계절에 따라 폭이 넓습니다. 게·회는 무게(시가)로 값을 매기니 주문 전 kg당 가격을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