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밥상에는 두 개의 뿌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 와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정착한 실향민의 손맛이고, 다른 하나는 예부터 배가 드나들던 동해 항구의 바다 밥상입니다. 실향민이 이어 온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뱃사람이 빠르게 말아 먹던 물회, 그리고 관광수산시장에서 태어나 전국이 아는 이름이 된 만석닭강정까지 — 저마다 이 도시가 걸어온 내력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겨울 동해가 내주는 대게와 시장 골목의 생선구이를 더하면, 속초 한 상이 어떤 자리인지 그려집니다. 이 글은 속초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닭강정·순대·물회·바다 밥상으로 나눠, 무엇이 왜 이 도시에서 자랐고 어디서 어떻게 맛보면 좋은지를 시세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만석닭강정, 두 번 튀겨 아몬드를 얹은 속초의 명물

속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먹거리는 단연 닭강정입니다. 토막 낸 닭을 두 번 튀겨 겉을 바삭하게 만든 뒤, 새콤달콤하거나 매콤한 양념에 버무리고 아몬드 같은 견과를 얹어 큰 통에 담아 내는 것이 속초 닭강정의 특징입니다. 바삭한 튀김옷에 끈적한 양념이 입혀져, 식어도 눅눅해지지 않고 오래 바삭함을 지키는 것이 인기의 비결로 이야기됩니다. 한 통이 넉넉해 두세 명이 나눠 먹기에 알맞습니다.

속초 닭강정은 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만석닭강정을 비롯한 여러 닭강정집이 시장 안에 골목을 이루어 손님을 맞는데, 집집마다 양념의 단맛과 매운맛이 조금씩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주말이면 통을 들고 시장을 나서는 여행자가 줄을 잇는 풍경이 속초 시장의 대표 그림이 되었습니다. 갓 튀겨 양념을 버무린 것이 가장 맛있으니, 오래 들고 다니기보다 그 자리에서 먹거나 숙소로 바로 가져가는 편이 좋습니다.

두 번 튀겨 양념을 입힌 속초 닭강정 — 바삭한 튀김옷에 견과를 얹어 식어도 바삭하다
두 번 튀겨 양념을 입힌 속초 닭강정 — 바삭한 튀김옷에 견과를 얹어 식어도 바삭하다
새콤달콤 양념을 진하게 입힌 닭강정 한 접시 — 아몬드를 얹어 고소함을 더했다
새콤달콤 양념을 진하게 입힌 닭강정 한 접시 — 아몬드를 얹어 고소함을 더했다
절정사철, 시장 나들이나 나눠 먹을 때
어디서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 닭강정 골목
핵심두 번 튀긴 바삭함에 양념·견과, 한 통 2~3인
뚜벅이시장 안에 닭강정집 밀집, 걸어서 골라 다니기 좋음

아바이순대, 실향민이 이어 온 함경도의 손맛

아바이순대는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실향민이 이어 온 함경도식 순대입니다. '아바이'는 함경도 말로 나이 든 남자를 부르는 말인데, 피란민이 모여 살던 마을을 아바이마을이라 부르면서 그곳 음식에도 이름이 붙었습니다. 돼지 대창에 찹쌀과 선지, 채소를 넉넉히 채워 굵게 만들어, 흔히 보는 당면 순대보다 속이 알차고 씹는 맛이 깊습니다.

대개 모둠순대로 오징어순대와 함께 한 접시에 내거나, 뜨끈한 순댓국으로 냅니다. 잡곡밥과 함께 나오는 순댓국 한 그릇은 든든해서, 바닷바람에 식은 몸을 데우기에 좋습니다. 초장이나 새우젓을 곁들여 간을 맞추면 제맛이 나고, 아바이마을을 잇는 갯배를 타고 건너가 마을 안 식당에서 먹으면 음식의 내력까지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굵게 썰어 낸 아바이순대 — 찹쌀과 선지·채소를 대창에 채워 속이 알차다
굵게 썰어 낸 아바이순대 — 찹쌀과 선지·채소를 대창에 채워 속이 알차다
뜨끈한 아바이순댓국 — 잡곡밥을 곁들여 바닷바람에 식은 몸을 데운다
뜨끈한 아바이순댓국 — 잡곡밥을 곁들여 바닷바람에 식은 몸을 데운다
절정사철, 든든한 국물이 그리울 때
어디서청호동 아바이마을·중앙시장의 순대 전문점
핵심대창에 찹쌀·선지 채운 함경도식 굵은 순대
뚜벅이갯배로 아바이마을 건너 마을 식당에서

오징어순대, 오징어 몸통에 소를 채운 실향민 별미

오징어순대는 아바이순대와 한 뿌리에서 나온 실향민 음식입니다.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 몸통을 껍질로 삼아, 그 안에 채소·당면·다진 오징어 다리 등을 채우고 쪄 낸 뒤 도톰하게 썰어 냅니다. 동해에서 오징어가 흔하던 시절, 순대를 만들던 손맛을 오징어에 옮긴 것이 시작이라고 이야기됩니다.

썰어 놓으면 오징어 링 안에 알록달록한 소가 박혀 있어 보기에도 좋고, 쫄깃한 오징어와 부드러운 소가 어우러져 맛이 담백합니다. 그냥 쪄서 내기도 하고, 썬 것에 계란옷을 입혀 지져 고소하게 내는 집도 있습니다. 초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두루 어울려, 아바이순대와 함께 모둠으로 시켜 두 가지를 맛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징어 몸통에 채소와 당면을 채워 쪄 낸 오징어순대 — 링 안에 소가 알록달록 박혔다
오징어 몸통에 채소와 당면을 채워 쪄 낸 오징어순대 — 링 안에 소가 알록달록 박혔다
썬 오징어순대에 계란옷을 입혀 지진 것 — 초간장을 곁들여 고소하게 낸다
썬 오징어순대에 계란옷을 입혀 지진 것 — 초간장을 곁들여 고소하게 낸다
절정사철, 아바이순대와 함께 모둠으로
어디서아바이마을·중앙시장의 순대 전문점
핵심오징어 몸통에 채소·당면 채워 쪄 담백
곁들이초간장에 찍어 술안주·밥반찬 두루

물회, 동해 뱃사람이 빠르게 말아 먹던 한 그릇

물회는 잘게 썬 흰살생선이나 오징어 회에 오이·배 같은 채소를 넣고,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먹는 동해안 음식입니다. 바다에서 일하던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회에 물을 부어 빠르고 시원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던 데서 비롯했다고 전해집니다. 얼음을 띄운 시원한 국물에 회의 쫄깃함과 채소의 아삭함이 어우러져, 더운 날 특히 반갑습니다.

먹는 법은 취향에 따라 갈립니다. 회와 채소를 먼저 건져 먹다가, 남은 국물에 밥이나 소면을 말아 마무리하면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매콤한 육수가 기본이지만 집마다 새콤함과 단맛의 균형이 조금씩 달라, 자극적인 맛을 원하지 않으면 덜 맵게 청해도 됩니다. 흰살생선·오징어·모둠 등 재료에 따라 값과 맛이 다르니, 처음이라면 여러 회가 섞인 모둠으로 골라 보는 것도 좋습니다.

새콤한 육수에 흰살생선 회와 채소를 넣은 물회 — 남은 국물에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다
새콤한 육수에 흰살생선 회와 채소를 넣은 물회 — 남은 국물에 밥이나 소면을 말아 먹는다
절정더운 여름에 특히, 시원한 한 끼로
어디서대포항·동명항과 시내 물회 전문점
핵심회·채소에 새콤한 초고추장 육수, 밥·소면 말아
주의재료 따라 값 차이, 매운맛은 덜 맵게 조절 가능

대게와 붉은대게, 동해가 내주는 겨울 별미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은 대게가 오르는 고장입니다. 살이 달고 담백한 대게는 겨울에서 봄 사이가 제철로 이야기되며, 쪄서 그대로 발라 먹거나 게장·게딱지 볶음밥으로 즐깁니다. 다만 대게는 값이 비싼 편이라, 살이 알차면서 값이 눅은 붉은대게(홍게)를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붉은대게는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진해, 여럿이 부담 없이 나눠 먹기에 알맞습니다.

게를 맛보려면 대포항과 동명항의 수산시장·횟집으로 가면 됩니다. 게는 크기와 철에 따라 시세 변동이 커, 무게를 함께 재 보고 값을 확인한 뒤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살이 꽉 찼는지 가늠하기 어려우면 상인에게 물어 골라 달라고 청하고, 쪄 주는 값과 밑반찬이 포함되는지 미리 확인하면 계산이 깔끔합니다. 대게와 붉은대게를 섞어 맛보는 것도 값과 맛을 견주는 방법입니다.

  • 대게::살이 달고 담백, 겨울~봄 제철·쪄서 발라 먹거나 볶음밥으로
  • 붉은대게::짭조름하고 감칠맛 진함, 값이 눅어 여럿이 나누기 좋음
  • 어디서::대포항·동명항 수산시장과 횟집
  • 고르는 법::무게 재고 값 확인, 크기·철 따라 시세 변동 큼

생선구이와 코다리 — 중앙시장 골목의 밥상

회와 게가 부담스럽다면 생선구이 정식이 무난합니다. 관광수산시장 안에는 생선구이 골목이 있어, 고등어·임연수·가자미 같은 생선을 노릇하게 구워 밥·국·나물과 함께 한 상으로 냅니다. 짭짤하게 구운 생선살에 흰밥 한술을 곁들이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든든하고, 여러 생선을 조금씩 맛볼 수 있어 골고루 먹고 싶은 날에 좋습니다.

겨울철에는 명태를 반건조한 코다리 요리도 별미입니다. 코다리를 매콤한 양념에 조린 코다리찜은 쫄깃한 살과 진한 양념이 어우러져 밥반찬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예부터 동해는 명태가 많이 잡히던 바다였지만, 지금은 국내 어획이 크게 줄어 대부분 수입 명태를 쓰니, '옛 동해 명태'의 자취를 음식으로 더듬는 셈입니다. 생선구이와 코다리 모두 시장 골목에서 부담 없는 값에 속초의 바다 밥상을 맛보게 해 줍니다.

여러 생선을 구워 반찬과 함께 낸 생선구이 한 상 — 짭짤한 살에 흰밥이 절로 넘어간다
여러 생선을 구워 반찬과 함께 낸 생선구이 한 상 — 짭짤한 살에 흰밥이 절로 넘어간다
절정사철, 든든한 밥 한 상을 원할 때
어디서관광수산시장 생선구이 골목
핵심고등어·임연수 등 구이 정식, 겨울엔 코다리찜
뚜벅이시장 안에 밥집 다수, 접근 무난

속초 음식의 두 뿌리 — 실향민 아바이마을과 동해 항구

속초 먹거리의 성격을 이해하려면 이 도시의 내력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첫 번째 축은 실향민입니다.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모여 살며 고향 음식을 이어 갔고, 아바이순대·오징어순대·함흥식 국수가 그렇게 속초에 뿌리내렸습니다.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지은 마을이 지금은 속초를 대표하는 먹거리 동네가 되었으니, 음식 하나하나에 실향의 세월이 배어 있습니다.

두 번째 축은 바다입니다. 속초는 대포항·동명항으로 배가 드나들던 항구 도시라, 갓 잡은 생선과 오징어, 게가 밥상에 흔했습니다. 뱃사람이 빠르게 먹던 물회, 시장 골목의 생선구이, 겨울 대게가 모두 이 바다에서 나왔습니다. 실향민의 손맛과 동해의 살림이 만나 담백하면서 든든한 속초 밥상을 이루니, 이 두 뿌리를 알고 먹으면 같은 음식도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 실향민의 손맛::함경도 피란민이 청호동 아바이마을에서 이어 온 순대·국수
  • 아바이마을::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지은 마을이 대표 먹거리 동네로
  • 바다의 살림::대포항·동명항 항구에서 난 물회·생선구이·대게
  • 성격::실향의 내력과 동해의 살림이 만난 담백하고 든든한 맛

관광수산시장과 대포항에서 도는 속초 먹거리 한 바퀴

속초 먹거리는 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묶으면 하루에 여럿을 맛볼 수 있습니다. 시장 안에서 닭강정 한 통으로 주전부리를 챙기고, 순대 전문점에서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모둠으로 맛본 뒤, 생선구이 골목에서 든든한 한 끼를 채우는 흐름이 무난합니다. 시원한 회가 당기면 대포항으로 걸음을 옮겨 물회나 붉은대게를 곁들이면, 속초의 두 뿌리를 하루에 아우를 수 있습니다.

속초 먹거리 대략 시세 (변동 있음, 방문 전 확인)

만석닭강정(닭강정)한 통 15,000~20,000원관광수산시장 안 여러 집, 갓 튀긴 것이 제일 맛있음
아바이순대·순댓국1인 10,000~13,000원청호동 아바이마을·중앙시장, 모둠순대는 오징어순대와 함께
오징어순대한 접시 15,000~22,000원오징어 몸통에 소를 채워 쪄 낸 실향민 별미
물회1인 14,000~18,000원흰살생선·오징어·모둠 등 종류에 따라 값이 다름
붉은대게(홍게)마리·시가 변동 큼대포항·동명항 시세로, 대게보다 붉은대게가 대체로 저렴
생선구이 정식1인 13,000~16,000원중앙시장 생선구이 골목, 여러 생선과 반찬을 한 상에

먹거리에 바다 풍경을 곁들이려면 서핑 해변과 해안 산책로를 함께 도는 것이 좋습니다. 속초·양양의 바다를 즐기는 법이 궁금하다면 속초·양양 바다 즐기기 — 서핑 해변·외옹치 산책로 글을, 설악산까지 묶는 1박 2일 동선은 속초·양양 1박 2일 코스 글을 곁들여 읽으면 됩니다. 이 글이 '무엇을 먹을까'라면, 두 글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도느냐'를 채워 줍니다.

  • 닭강정::관광수산시장에서 두 번 튀긴 만석닭강정 한 통
  • 실향민 음식::아바이순대·오징어순대를 모둠으로 한 접시
  • 회·국물::대포항 물회와 시장 생선구이로 든든하게
  • 바다 별미::겨울이면 대포항·동명항에서 대게·붉은대게

철 따라, 때 따라 즐기는 속초의 맛

속초 먹거리는 계절을 조금 탑니다. 닭강정과 순대, 생선구이는 사철 든든하게 즐길 수 있고, 시원한 물회는 더운 여름에 특히 반갑습니다. 대게와 붉은대게는 겨울에서 봄 사이가 살이 알차니, 게를 겨냥한다면 이 무렵에 맞춰 가는 편이 좋습니다. 관광수산시장은 주말과 성수기에 붐비므로, 닭강정 골목을 여유롭게 즐기려면 조금 이른 시간에 들르는 것을 권합니다.

속초 먹거리는 대부분 관광수산시장과 아바이마을, 대포항에 나뉘어 모여 있어, 시장에서 닭강정과 순대·생선구이로 배를 채운 뒤 갯배로 아바이마을을 건너거나 대포항으로 옮겨 회와 게를 맛보는 흐름이 매끄럽습니다. 설악산이나 영금정을 함께 도는 날이면, 바다와 산을 둘러본 뒤 시장으로 돌아와 따뜻한 순댓국으로 하루를 닫아도 좋습니다. 떠나기 전 운영 시간과 휴무는 속초시청 누리집이나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한 번 더 확인하면 헛걸음이 없습니다. 닭강정의 바삭함부터 순대의 든든함까지, 속초의 한 상에는 실향의 세월과 동해의 살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절정물회는 여름, 대게는 겨울~봄이 제철
특징닭강정·순대·물회·바다 밥상이 시장과 항구에 모임
핵심시장은 주말 붐빔, 이른 시간이 여유
뚜벅이관광수산시장 축으로 걷고 아바이마을은 갯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