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은 한 도시 안에 세 층의 풍경이 겹쳐 있는 곳입니다. 수평선 위로 해가 솟는 바닷가가 있고, 그 바다에서 산속으로 한참 들어가면 수억 년 묵은 땅속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으며, 시내 한복판에는 강을 굽어보는 절벽 위 오래된 누각이 앉아 있습니다. 바다·땅속·강가 절벽 — 결이 다른 세 풍경이라 한 번에 묶기 까다로워 보이지만, 북쪽 바닷가에서 시작해 시내를 거쳐 둘째 날 산속과 남쪽 바다로 내려오면 동선이 의외로 깔끔하게 풀립니다.

아래 일정은 삼척을 처음 찾는 사람이 헤매지 않게 1박 2일 한 방향 동선으로 짠 것입니다. 일출을 볼지 말지만 먼저 정하면, 나머지는 이 흐름대로 따라가면 됩니다.

삼척 1박 2일 — 한눈에

첫날 오전

추암 촛대바위·이사부사자공원으로 삼척 북쪽 바닷가부터 (일출을 노린다면 새벽)

첫날 오후

오십천 절벽 위 죽서루 → 새천년해안도로 산책 → 삼척 시내에서 1박

둘째 날 오전

대이리 환선굴로 땅속 한 바퀴 (가파른 오르막·동굴 탐방)

둘째 날 오후

남쪽 장호항·해상케이블카에서 투명한 바다를 보고 7번 국도로 빠져나오기

둘이 1박 2일 기준 대략 18만~27만 원선(환선굴·케이블카 입장과 주차, 숙박, 곰치국·물회 같은 식비, 기름값 합산 — 성수기·메뉴에 따라 변동). 정확한 요금·운영시간은 방문 전 확인을 권합니다.

해가 어디서 떠오르는지부터 알아두면 — 추암 촛대바위

삼척 여행의 첫 장면은 대개 추암 촛대바위에서 시작합니다. 바다 위로 곧게 솟은 촛대 모양 바위 하나가 이 일대의 상징인데, 사실 이 풍경의 주인공은 바위가 아니라 그 옆에서 떠오르는 입니다. 수평선 위로 붉은 해가 촛대바위 곁을 스치며 오를 때, 바위와 바다와 하늘이 한 색으로 물듭니다. 우리나라 해돋이 명소를 꼽을 때 빠지지 않는 자리이고, 새해 첫날이면 발 디딜 틈이 없는 곳도 이 까닭입니다.

일출 시각은 계절마다 달라 여름은 새벽 5시 안팎, 겨울은 7시 안팎입니다. 해가 촛대 옆으로 떠오르는 장면을 노린다면 그날의 일출 시각을 미리 확인하고 30분 전에는 자리를 잡는 편이 좋습니다. 바위 곁으로는 출렁다리와 데크 산책로가 이어져, 일출이 아니어도 파도가 갯바위에 부서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추암의 진짜 얼굴은 한낮의 바위가 아니라, 수평선 위로 해가 촛대 곁을 스치며 오르는 그 짧은 몇 분입니다.

절정일출 무렵(여름 새벽 5시·겨울 7시 안팎)
특징바다 위 촛대 모양 기암 + 출렁다리·데크 산책로
핵심해가 촛대 곁으로 떠오르는 장면, 일출 시각 30분 전 자리잡기
뚜벅이동해역에서 가까워 접근 쉬움, 새벽이면 택시

가족 여행이라면 바로 뒤 언덕도 — 이사부사자공원과 추암해변

촛대바위 바로 뒤편 언덕에는 이사부사자공원이 있어 가족 단위 여행이라면 함께 묶기 좋습니다. 신라 장군 이사부의 우산국 정벌 설화를 사자 조형물로 풀어 둔 테마공원으로, 입구의 커다란 사자상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들이 놀 만한 해적선 모양 놀이시설과 조각 공원이 있고, 무엇보다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증산해변의 빛깔이 맑은 날엔 제법 곱습니다.

촛대바위 곁의 추암해변은 백사장이 길지는 않지만 기암과 어우러진 풍경이 좋아, 일출을 보고 난 뒤 잠시 거닐기 좋은 자리입니다. 일출 명소·놀이공원·해변이 한 반경 안에 모여 있어, 첫날 오전을 이 일대에서 보내고 시내로 넘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추암 촛대바위 일대를 한눈에 — 기암과 해변,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
추암 촛대바위 일대를 한눈에 — 기암과 해변, 정자가 어우러진 풍경
이사부사자공원 입구의 사자 조형물 — 우산국 정벌 설화를 풀어 둔 테마공원
이사부사자공원 입구의 사자 조형물 — 우산국 정벌 설화를 풀어 둔 테마공원
이사부사자공원 언덕에서 내려다본 증산해변 — 맑은 날의 고운 물빛
이사부사자공원 언덕에서 내려다본 증산해변 — 맑은 날의 고운 물빛
이사부사자공원의 해적선 놀이시설 — 아이와 함께라면 묶기 좋은 가족 공원
이사부사자공원의 해적선 놀이시설 — 아이와 함께라면 묶기 좋은 가족 공원

절벽 위에 누각이 어떻게 앉아 있을까 — 죽서루

추암에서 차로 십여 분, 삼척 시내 한복판으로 들어오면 죽서루가 있습니다. 관동팔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누각인데, 다른 정자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오십천 절벽 바로 위에 지어졌다는 것입니다. 강물이 굽이도는 벼랑 끝에 기둥을 세웠는데, 그 기둥들의 길이가 제각각입니다. 울퉁불퉁한 자연 암반을 깎지 않고 바위 높이에 맞춰 기둥을 길고 짧게 세운 까닭으로, 옛 목수의 솜씨가 그대로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누각에 올라 마루에 서면 발아래로 오십천이 흐르고 건너편 절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단청과 처마의 선이 고와 가까이서 들여다볼 값도 충분합니다. 입장은 무료이고 시내에 있어 접근이 쉬우니, 첫날 오후 가볍게 들르기 좋은 곳입니다. 삼척의 명소별 자세한 안내는 삼척시 문화관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십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죽서루 — 강을 굽어보는 관동팔경의 누각
오십천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죽서루 — 강을 굽어보는 관동팔경의 누각
죽서루의 처마와 단청 — 자연 암반 위에 올린 옛 목수의 솜씨
죽서루의 처마와 단청 — 자연 암반 위에 올린 옛 목수의 솜씨
절정사철 좋고, 단풍 든 가을이 특히 곱다
특징오십천 절벽 위 누각, 길이가 제각각인 기둥
핵심마루에서 내려다보는 강과 절벽, 처마·단청 디테일
뚜벅이삼척 시내라 접근 쉬움, 입장 무료

바다를 봤으니 이번엔 땅속으로 — 환선굴

둘째 날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삼척 동쪽 바다에서 산길을 따라 한참 들어간 대이리 골짜기에 환선굴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손꼽히게 규모가 큰 석회동굴로, 안으로 들어서면 천장이 까마득히 높은 광장 같은 공간과 지하의 물줄기, 오랜 세월이 빚은 석순과 종유석이 이어집니다. 바다가 매일 새 얼굴로 출렁이는 시간이라면, 동굴은 수억 년에 한 방울씩 흐른 느린 시간입니다.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한 방울씩 자란 돌의 모양을 보고 있으면, 바깥의 바다와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 한 도시에서 두 속도의 시간을 함께 만나는 셈입니다.

다만 만만히 봐서는 안 됩니다.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 올라야 하고(별도 요금의 모노레일이 있으나 운영·대기 확인 필요), 동굴 안도 계단과 경사가 많습니다. 편한 신발은 필수이고, 안은 사철 서늘하니 여름에도 얇은 겉옷 하나를 챙기면 좋습니다. 인근에는 또 다른 동굴인 대금굴이 있는데, 이쪽은 전동차로 들어가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니 함께 일정을 짠다면 미리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탐방로를 따라 들어서는 환선굴 — 천장이 높은 광장 같은 공간
탐방로를 따라 들어서는 환선굴 — 천장이 높은 광장 같은 공간
환선굴 내부의 석회암 통로 —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억 년이 빚은 동굴
환선굴 내부의 석회암 통로 —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억 년이 빚은 동굴
환선굴 벽을 타고 자란 석순과 유석 — 한 방울씩 쌓인 시간
환선굴 벽을 타고 자란 석순과 유석 — 한 방울씩 쌓인 시간
  • 가는 길 — 매표소에서 동굴 입구까지 가파른 오르막 20~30분, 모노레일은 별도 요금·운영 확인
  • 준비물 — 편한 신발 필수, 동굴 안은 사철 서늘해 여름에도 얇은 겉옷
  • 대금굴 — 인근의 또 다른 동굴, 전동차 입장·사전 예약제라 미리 확인
  • 소요 — 오르내림과 관람까지 넉넉히 두세 시간 안팎으로 잡기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까닭 — 장호항과 해상케이블카

땅속에서 나와 다시 바다로 향합니다. 삼척 남쪽 7번 국도를 따라 내려가면 장호항이 나옵니다. 작은 어촌 항구인데, 물빛이 어찌나 맑고 푸른지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방파제 안쪽으로 고깃배가 정박한 평범한 항구 같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투명에 가까운 에메랄드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장호와 용화를 잇는 해상케이블카를 타면 그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발아래로 물빛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투명 카약이나 스노클링 같은 해양레저도 운영하는데, 대개 예약제이고 날씨 영향을 받으니 비수기에 간다면 케이블카와 항구 산책 위주로 계획하는 편이 마음 편합니다. 이렇게 남쪽 바다까지 보고 나면 삼척의 세 풍경 — 바다와 땅속과 강가 절벽 — 을 한 바퀴 다 돈 셈이 됩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장호항 —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에메랄드빛 어항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장호항 —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에메랄드빛 어항
장호 해상케이블카 승강장 —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물빛을 내려다본다
장호 해상케이블카 승강장 —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물빛을 내려다본다
절정물빛이 가장 맑은 초여름~여름, 해양레저도 이때
특징투명한 바다 + 장호~용화 해상케이블카
핵심위에서 내려다보는 항구의 물빛, 케이블카에서 보는 바다
뚜벅이삼척 남쪽 끝이라 자차·택시가 편함, 배차 뜸

걷기 좋은 바닷길도 챙긴다면 — 새천년해안도로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삼척 시내 가까운 새천년해안도로를 걸어 보길 권합니다. 갯바위 위로 데크 산책로가 이어져, 차를 세워 두고 동해를 곁에 끼고 천천히 걷기 좋은 길입니다. 일출과 일몰 모두 운치가 있고, 중간중간 쉼터에서 파도를 바라보며 다리를 쉴 수 있습니다. 추암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어, 첫날 오후 죽서루를 보기 전이나 후에 잠깐 차를 세우고 걷기 좋은 자리입니다.

새천년해안도로의 데크 산책로 — 갯바위를 끼고 동해를 곁에서 걷는 길
새천년해안도로의 데크 산책로 — 갯바위를 끼고 동해를 곁에서 걷는 길

동해 어촌의 옛 신앙을 엿보려면 — 해신당공원

조금 더 남쪽, 장호항 인근에는 해신당공원이 있습니다. 바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한 처녀의 넋을 기리던 어촌 민속에서 비롯된 공원으로, 바다를 굽어보는 장승과 어촌민속전시관이 함께 있습니다. 동해 바닷가 마을이 거친 바다를 어떻게 견뎌 왔는지, 그 옛 생활과 신앙을 엿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발아래로 작은 어항과 바다가 내려다보여, 남쪽 동선에 가볍게 곁들이기 좋습니다.

해신당공원의 장승과 바다 — 거친 바다를 견뎌 온 동해 어촌의 옛 신앙
해신당공원의 장승과 바다 — 거친 바다를 견뎌 온 동해 어촌의 옛 신앙
  • 새천년해안도로 — 갯바위 위 데크 산책로, 일출·일몰 모두 운치, 차 세우고 걷기 좋음
  • 해신당공원 — 바다 굽어보는 장승과 어촌민속전시관, 동해 어촌의 옛 신앙
  • 곁들이기 — 둘 다 동선 길목이라 따로 시간 빼지 않아도 들르기 좋음

삼척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동해 바닷가 도시답게 삼척의 한 끼는 바다에서 옵니다. 겨울이면 곰치국이 별미인데, 물곰이라 부르는 물렁한 생선을 묵은지와 함께 끓여 시원하고 칼칼하게 속을 풀어 줍니다. 한 그릇 12,000~15,000원선으로, 전날 과음한 속을 달래기에 이만한 게 없다는 음식입니다.

제철 회를 썰어 고추장 양념에 비벼 먹는 물회도 여름이면 빠지지 않고, 갓 잡은 생선으로 차린 회 한 접시 역시 항구 도시의 기본입니다. 시가로 받는 회·대게 같은 메뉴는 자리에 앉기 전에 무게와 가격을 먼저 확인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장호항·삼척항 일대 식당가에서 그날 들어온 해산물을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 곰치국 — 1인 12,000~15,000원선, 물곰과 묵은지를 끓인 시원한 해장 국물(겨울 별미)
  • 물회 — 1인 12,000~16,000원선, 제철 회를 고추장에 비벼 먹는 여름 별미
  • 회·대게 — 시가, 자리에 앉기 전 무게·가격을 먼저 확인
  • 어디서 — 장호항·삼척항 일대 식당가, 그날 들어온 해산물 위주

언제, 어떻게 가면 편한가

삼척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KTX입니다. 동해역까지 열차로 닿은 뒤 추암·시내로 이동하는 동선이 무난한데, 정확한 시간표와 요금은 코레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차라면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를 거쳐 들어오게 됩니다. 추암·죽서루·해안도로는 시내권이라 뚜벅이도 무리가 없지만, 환선굴과 남쪽 장호항까지 묶으려면 렌터카나 택시를 함께 쓰는 편이 시간을 크게 아낍니다.

계절은 어느 때든 좋지만, 추암 일출이 목표라면 해 뜨는 시각이 이른 여름이 부지런을 떨기는 더 수월합니다. 환선굴은 안이 사철 서늘하니 한여름 더위를 피하기에도 제격입니다. 결국 삼척은 일출을 볼지부터 정하고, 바다와 땅속과 절벽이라는 세 결의 풍경을 이틀에 나눠 담으면 가장 알차게 도는 도시입니다.

구간별 이동 — 북쪽 바다에서 남쪽 바다로

구간방법걸리는 시간
동해역 → 추암 촛대바위자동차10분 안팎
추암 → 죽서루(시내)자동차15~20분
죽서루 → 환선굴(대이리)자동차40~50분
환선굴 → 장호항자동차40~50분
장호항 → 동해역자동차30~40분

바다와 땅속과 강가 절벽 — 결이 다른 세 풍경을 이틀에 나눠 담으면, 삼척은 한 도시에서 세 번 여행한 듯한 이틀을 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