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는 지도에서 보면 동해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작은 점입니다. 그런데 막상 배가 다가가면, 바다에서 곧장 치솟은 화산섬의 절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경북 울릉군은 육지에서 배로만 닿는 섬이라, 여행의 시작부터 뱃길과 날씨가 일정을 좌우합니다. 남쪽 관문인 도동항에 내리면 곧바로 해안 절벽을 낀 산책로가 이어지고, 이웃한 저동 앞바다에는 촛불처럼 솟은 촛대바위가 아침 해를 받습니다. 섬 안으로 한 겹 들어가면 분화구가 내려앉은 나리분지가 나오고, 그 위로 섬의 지붕인 성인봉이 솟습니다. 이 글은 처음 울릉도를 찾는 사람이 배편과 날씨를 어떻게 감안하고, 도동·저동의 해안길부터 나리분지·태하까지 사흘을 어떤 순서로 도는 게 좋은지를 먼저 정리했습니다.

울릉도는 크게 남쪽의 도동·저동 권역과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 권역, 그리고 섬 한가운데 옴폭 들어앉은 나리분지로 나뉩니다. 여기서는 도동항에 내려 가까운 해안길부터 걷고, 이튿날 일주도로와 분지를 도는 흐름으로 정리합니다.

양옆 봉우리 사이 골짜기에 들어앉은 도동 시가지와 항구 — 울릉도 여행이 시작되는 남쪽 관문이다
양옆 봉우리 사이 골짜기에 들어앉은 도동 시가지와 항구 — 울릉도 여행이 시작되는 남쪽 관문이다

도동항 — 섬에 내려 어디부터 걸을까

여객선이 닿는 도동항은 울릉도 여행의 심장입니다. 항구 양옆으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섰고, 그 벼랑에 나무 데크를 붙여 만든 도동 해안산책로가 바다 위를 걷게 해 줍니다. 파도가 발밑에서 부서지고 물빛이 유리처럼 맑아, 배에서 내려 짐을 풀자마자 가볍게 걷기 좋은 첫 코스입니다. 데크길은 절벽에 뚫린 굴과 계단을 넘나들며 이어져, 짧게 끊어 걸어도 울릉도 해안의 생김새를 손에 잡히듯 느낄 수 있습니다.

산책로 초입은 도동항 여객선터미널 바로 옆이라 길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절벽 아래로 난 데크를 따라가면 거북바위와 촛대 모양 바위, 파도가 드나드는 작은 만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시간을 넉넉히 두면 산책로는 저동 쪽으로도 이어져, 도동에서 저동까지 벼랑을 걸어 넘는 행남 해안길로 연결됩니다.

도동 해안산책로 — 절벽 아래 붙인 데크길이 청록빛 바다 위를 지난다
도동 해안산책로 — 절벽 아래 붙인 데크길이 청록빛 바다 위를 지난다
위에서 내려다본 해안산책로 — 벼랑을 감아 도는 계단과 다리가 바위섬으로 이어진다
위에서 내려다본 해안산책로 — 벼랑을 감아 도는 계단과 다리가 바위섬으로 이어진다

저동 촛대바위와 오징어잡이 불빛

도동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저동항입니다. 저동은 오징어 배가 드나드는 울릉도의 대표 어항이라, 부두에 어선이 빼곡히 정박한 풍경부터가 도동과 다릅니다. 방파제 끝에는 빨간 등대가 서 있고, 그 너머로 작은 바위섬들이 점점이 떠 있어 항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됩니다.

저동 앞바다에는 울릉도의 얼굴이라 할 촛대바위가 솟아 있습니다. 딸을 기다리다 굳었다는 전설이 붙은 바위로, 아침 해가 그 뒤로 떠오르면 촛불에 불이 붙은 것처럼 보여 일출 명소로 꼽힙니다. 밤이 되면 저동 앞바다에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수평선을 따라 줄지어 켜져, 어두운 바다 위로 불빛의 띠가 길게 늘어섭니다. 이 야경은 저동 방파제나 촛대바위 전망대에서 특히 잘 보입니다.

저동항 전경 — 뒷산 봉우리 아래로 어선이 빼곡히 들어찬 울릉도 대표 어항
저동항 전경 — 뒷산 봉우리 아래로 어선이 빼곡히 들어찬 울릉도 대표 어항
저동항 방파제와 빨간 등대 — 앞바다에 작은 바위섬이 떠 있고 어선이 드나든다
저동항 방파제와 빨간 등대 — 앞바다에 작은 바위섬이 떠 있고 어선이 드나든다
저동 앞바다의 해안 기암 — 구멍이 뚫린 바위 사이로 파도가 드나들어 촛대바위 일대의 절경을 이룬다
저동 앞바다의 해안 기암 — 구멍이 뚫린 바위 사이로 파도가 드나들어 촛대바위 일대의 절경을 이룬다

행남 해안길과 도동 골목 — 벼랑을 걷고 시가지를 거닐다

도동과 저동을 잇는 행남 해안길은 울릉도에서 가장 이름난 산책 코스입니다. 절벽에 매단 데크와 구름다리, 바위를 뚫은 계단을 따라 두 항구를 벼랑으로 넘는 길로, 발밑에 바다를 두고 걷는 맛이 각별합니다. 왕복 두어 시간이면 넉넉하고, 힘들면 도동 쪽만 짧게 걷고 돌아 나와도 좋습니다.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도동항 뒤로는 도동 시가지의 좁은 골목이 산비탈을 따라 이어집니다. 오징어를 말려 파는 특산품 가게와 오징어 직판장, 오래된 식당과 여관이 골목을 채우고 있어, 섬사람들의 살림을 곁눈질하며 걷기에 좋습니다. 해안산책로에서 내려와 이 골목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도동의 하루를 닫으면 알맞습니다.

도동 시가지 골목 — 오징어 직판장과 특산품 가게가 늘어선 좁은 상점 거리, 뒤로 섬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도동 시가지 골목 — 오징어 직판장과 특산품 가게가 늘어선 좁은 상점 거리, 뒤로 섬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일주도로 서면 — 태하 향목전망대와 통구미 거북바위

둘째 날은 섬을 감싸고 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과 북쪽 해안을 돕니다. 오랫동안 끊겨 있던 이 길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차나 버스로 섬을 한 바퀴 돌며 절벽과 바다를 번갈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서쪽 태하에는 향목전망대로 오르는 모노레일이 있어, 울릉도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과 코발트빛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봅니다. 태하항은 예부터 사람이 자리 잡은 포구라, 섬의 역사를 품은 조용한 어촌의 정취가 남아 있습니다.

남서쪽 해안의 통구미에는 바다로 기어드는 듯한 거북바위가 있습니다. 마을을 등지고 선 바위 무리가 거북을 닮아 붙은 이름으로, 해안도로를 달리다 잠시 차를 세우고 보기 좋은 자리입니다. 일주도로 곳곳에는 이렇게 이름 붙은 기암과 몽돌 해변이 이어지니, 목적지 사이를 잇는 길 자체를 풍경으로 삼아 천천히 도는 편이 울릉도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태하 앞 해안 절벽 — 코발트빛 바다와 몽돌 해변, 멀리 어항이 굽이진 서면 해안
태하 앞 해안 절벽 — 코발트빛 바다와 몽돌 해변, 멀리 어항이 굽이진 서면 해안
태하 어촌 마을 — 몽돌 해변과 방파제를 낀 조용한 포구에 저녁빛이 든다
태하 어촌 마을 — 몽돌 해변과 방파제를 낀 조용한 포구에 저녁빛이 든다
바위 해안 너머로 바라본 울릉도 산줄기 — 일주도로에서는 바다와 화산 능선이 번갈아 펼쳐진다
바위 해안 너머로 바라본 울릉도 산줄기 — 일주도로에서는 바다와 화산 능선이 번갈아 펼쳐진다

나리분지 — 화산이 빚은 분지 마을과 너와집

울릉도가 바다만의 섬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곳이 나리분지입니다. 화산이 무너져 내린 분화구 자리에 흙이 쌓여 생긴 평지 마을로, 절벽 섬 한가운데 뜻밖에 너른 들이 펼쳐집니다. 억새와 산나물이 자라는 이 분지에는 너와집투막집 같은 옛 살림집이 남아 있어, 눈 많은 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겨울을 났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나리분지의 산나물 밥상은 울릉도에서만 맛보는 한 끼로, 명이(산마늘)·부지깽이 같은 섬나물을 상에 올립니다. 봄이면 밭마다 초록 나물이 돋고, 늦가을이면 억새가 분지를 은빛으로 덮어 계절마다 표정이 다릅니다. 도동에서 버스로 오르면 굽잇길을 한참 돌아야 하니, 시간을 넉넉히 잡고 점심 무렵에 닿도록 짜면 여유롭습니다.

나리분지 — 화산 분화구 자리에 들어선 평지 마을, 눈 남은 성인봉 능선 아래로 초록 나물밭이 펼쳐진다
나리분지 — 화산 분화구 자리에 들어선 평지 마을, 눈 남은 성인봉 능선 아래로 초록 나물밭이 펼쳐진다

성인봉과 봉래폭포 — 바다 안쪽의 숲과 물

나리분지 위로는 섬의 지붕인 성인봉이 솟아 있습니다. 해발 900미터가 넘는 이 봉우리는 원시림을 지나 오르는 등산 코스로,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바다가 둘러선 섬의 전모가 드러납니다. 오래 걷기 부담스럽다면 나리분지에서 봉래폭포 쪽 들머리만 짧게 걸어도 섬 안쪽 숲의 공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봉래폭포는 세 갈래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한여름에도 서늘한 풍혈로 이름난 곳입니다. 도동에서 멀지 않아 접근이 쉽고, 데크길을 따라 오르면 폭포 앞 전망대까지 무리 없이 닿습니다. 성인봉 원시림의 우거진 나무와 봉래폭포의 물줄기는,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 안쪽으로는 이렇게 깊은 숲과 계곡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합니다.

성인봉 원시림 — 오래된 나무의 뿌리가 등산로 위로 얽혀 드러난 숲길
성인봉 원시림 — 오래된 나무의 뿌리가 등산로 위로 얽혀 드러난 숲길
봉래폭포 가는 계곡 — 잔설이 남은 골짜기로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떨어진다
봉래폭포 가는 계곡 — 잔설이 남은 골짜기로 물줄기가 여러 갈래로 떨어진다

되면 좋고 아니어도 — 독도까지 갈 수 있을까

울릉도까지 왔으니 독도를 밟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여객선으로 한 시간 반쯤 더 가야 하고, 도동이나 저동에서 별도 배를 탑니다. 다만 접안 여부는 그날 파도에 달려 있어, 배가 떠도 파도가 높으면 선착장에 내리지 못하고 섬을 한 바퀴 돌아 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도 입도를 여정의 전부로 걸기보다, 울릉도를 충분히 즐기는 일정을 먼저 짜고 날씨가 허락하는 날 독도를 더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 배편·소요 — 울릉도(도동·저동)에서 별도 여객선, 편도 1시간 30분 안팎
  • 접안은 파도 몫 — 출항해도 파도 높으면 하선 못 하고 선회만 하기도
  • 멀미 대비 — 큰 바다를 건너므로 멀미약과 따뜻한 옷을 챙기기
  • 마음가짐 — '되면 좋고 아니어도' — 울릉도 일정을 독도에 다 걸지 않기

울릉도에선 무엇을 먹을까 — 오징어와 산나물

울릉도 밥상은 섬에서 나는 것이 중심입니다. 저동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가 대표라, 갓 말린 반건조 오징어를 구워 내거나 물회로 냅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는 따개비가 제철이라, 바위에 붙어 자란 따개비를 넣고 끓인 따개비칼국수가 개운한 국물로 속을 데워 줍니다. 육지에서 흔한 재료 대신 섬 바다에서 바로 올라온 것들을 맛보는 것이, 물가가 높은 울릉도에서 값을 아끼면서도 이 섬다운 한 끼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바다 것 못지않게 이름난 것이 산나물입니다. 눈이 많고 습한 섬 기후에서 자란 명이(산마늘)·부지깽이·전호 같은 나물은 향이 진해, 나리분지의 산채비빔밥이나 나물 정식으로 상에 오릅니다. 명이는 장아찌로 담가 고기와 곁들이면 특히 잘 어울려, 여행 뒤 챙겨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여기에 섬의 오랜 군것질거리인 호박엿과 호박으로 만든 주전부리까지 더하면, 울릉도가 바다와 산을 한 상에 올리는 드문 섬이라는 걸 입으로도 알게 됩니다.

울릉도 오징어를 형상화한 조형물 — 오징어가 이 섬의 대표 먹거리임을 한눈에 보여 준다
울릉도 오징어를 형상화한 조형물 — 오징어가 이 섬의 대표 먹거리임을 한눈에 보여 준다

언제 어떻게 가면 좋을까 — 배편이 곧 일정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은 포항·묵호(동해)·후포 등에서 뜹니다. 포항에서 세 시간 안팎, 묵호나 후포에서는 두 시간 반 안팎이 걸리고, 배 종류와 파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집니다. 어느 항에서 타든 결항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출발 전날과 당일 아침 선사의 운항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섬 안에서는 시내버스와 순환버스, 렌터카·택시를 형편에 맞게 섞어 씁니다. 자세한 운항 정보와 섬 안 교통은 울릉군 문화관광 안내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계절로는 파도가 잔잔한 늦봄부터 초가을이 배가 안정적으로 뜨는 편이라 여행하기 무난합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배편과 숙소가 일찍 차니 서둘러 잡아야 하고, 겨울은 눈과 바람이 거세 결항이 잦은 대신 인적 드문 설경을 만납니다. 울릉도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는 섬인 만큼, 일정에 하루쯤 숨을 틔워 두는 여유가 여행의 질을 크게 좌우합니다.

출발항포항(약 3시간)·묵호·후포(약 2시간 30분) — 집에서 가까운 항 선택
예약성수기엔 배·숙소·렌터카를 함께 미리, 결항 대비 하루 여유
섬 안 이동시내·순환버스+렌터카·택시, 걷는 도동·저동 위주로 묶기
좋은 때늦봄~초가을이 배 안정적, 겨울은 설경 대신 결항 잦음